고양이 화장실 들락거리며 소변 못보던 일…

By | 2022-01-25

한 보름쯤 된거 같다. 야옹이 녀석이 화장실에 갔다왔는데 소변을 잘 못보고 나오는 일이 있었다. 며칠 좀 지켜보자 했는데 점점 증상이 심해지더니 지난 주에는 5분동안 5번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일을 못보고 나왔다. 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소변을 보면 바로 뭉쳐지는데 소변 흔적이 아예 없거나, 옥수수알갱이 또는 강낭콩 정도 크기의 소변을 보고 나온 것.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소변보는 부위가 불편했는지 한참을 그루밍을 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붉게 허는게 눈에 보였고 결국엔 딱지까지 앉게 되었다.

쉬는 날 녀석을 데리고 병원 문여는 시간에 찾아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모니터에 나오는 방광을 보면서 검게 보이는건 소변이라고 했고요. 중간중간 뿌옇게 보이는건 이물질이란다. 원인은 아직 모르겠고 방광염이나 결석 초기일 수 있단다. 목덜미에 주사를 2대 맞았고 가루약을 3일치 받아왔다. 소변도 받아오라고 했는데 방법은 안 알려줬다. 전체적으로 무척 불친절한 병원이다.

아무튼 집에 데려와서 저녁부터 약을 먹이려는데 츄르에 섞어줘도 입도 안댄다.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입술에 묻혀주니 이 녀석 헛구역질을 하면서 침을 엄청나게 게워냈다. 도저히 먹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사람 먹는 유산균 캡슐을 하나 뜯어서 내용물을 버리고 가루약을 채워보았으나 목구멍 넘기다가 일 날거 같아서 포기했고.

일단 주사는 맞았으니 경과를 지켜보고 다음 휴일에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보기로 했다. 꼬꼬마 시절  첫 예방접종 받았던 병원으로.

그건 그렇고, 어떤 원인으로 갑자기 소변을 이렇게 못보게 되었는지 원인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녀석한테 바뀐게 무엇이 있을까. 뭐가 안좋은 영향을 끼쳤을까… 인과관계는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대략 혹시나…하게 추측가능한게 몇가지 떠올랐고 이렇게 고쳐보기로 했다.

1. 출근시간의 변화

오랫동안 재택근무를 하다가 1월부터 출근을 하게 됐다. 집에 있을 때는 놀아달라면 놀아주고 안아달라면 안아줬다. 오후쯤 되면 옆에서 야옹거리면서 의자 팔걸이를 짚고 일어서서 쳐다본다. 잠투정 같은건데, 이럴 떄는 얼른 방으로 가서 등받이를 하고 45도쯤 누우면 냉큼 가슴팍으로 뛰어 올라온다. 턱을 한참 핥아주고는 앞다리를 쭈욱 펴서 내 볼에 댄 후 낮잠을 잔다. 보통 20~30분 정도 자고나면 또 벌떡 일어나서 내려가고. 매일 이렇게 같이 놀아주던 덩치 큰 녀석이 갑자기 하루종일 사라져버리니 그 상실감과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아도 출근시작하면서 녀석한테 ‘갑자기 하루종일 없어져서 어리둥절하지? 니가 이해할 순 없겠지만 미워하거나 싫어해서 없어진거 아니니까 그걸로 상처받지 말아~’하고 다독여주고 나오긴 했다…만 그걸로는 채울 수 없던 공허함이 있었을 수 있겠다.

출퇴근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집에 있는 시간동안 야옹이녀석과 더 많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한다. 캣닢 쿠션 장난감도 새로 사서 출근할 때 하나 안겨주고 나오기로 했고. 아내도 낚시대로 더 자주 놀아주기로 하고 잘 실천중이다.

2. 고양이 모래

지금 이 모래는 참 오랫동안 써 왔는데 구입 시기에 따라 품질 편차가 심했다. 예전엔 먼지가 없는 편이었으나 언제부터는 새로 구입한 모래를 부을때부터 버섯구름처럼 먼지가 피어 올랐다. 먼지 흡입이 아무래도 건강에 좋을리는 없었을거 같았고. 먼지가 적다는 모래로 교체했다. 아예 안날 수는 없겠지만 다소나마 줄어도 괜찮을 것 같다. 저번 모래도 그렇지만 같은 모래라도 사용자마다 평이 다 달랐다. 먼지가 적다, 많다, 잘 뭉쳐진다, 부서진다, 냄새를 잘 잡는다, 냄새를 못 잡는다 등등. 일단 기존 모래에서 나는 먼지를 그대로 봐줄 수는 없기에 여러 모래들로 시험을 해봐야겠다.

3. 정수기

세번째는 고양이 정수기인데, 물통에 물을 담아두면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윗쪽 수반에 물을 흘려주고 중간에 뚫린 구멍으로 물을 다시 물통으로 내려보내는 구조다. 물이 내려가는 구멍 아래쪽에는 필터가 있어서 물통으로 되돌아가는 물이 자연스럽게 걸러지게 되어 있고. 작년 연말에 구입하고 처음 보름이상은 적응하지 못하길래 중고로 내다 팔까… 고민까지 했었다. 그러다 어느날 보니 잘 먹고 있었다. 필터로 걸러주고 있으니 물은 3~4일에 한번씩 다 쏟아내고 새로 부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이, 이 제품의 제조사는 스마트폰 주변기기로 유명한 회사인데 과연 정수필터도 잘 만들까? 정수필터의 품질은 검증이 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중 필터를 장착하고 있지만 물 교환하면서 보면 물통에 고양이털이나 먼지들이 떠 다녔던 점도 필터의 성능을 의심케 하는 이유였다.

결국 필터를 제거했다. 정수기는 됐고 물 순환기로 사용하기로 한 것. 필터 믿고 사나흘만에 물 교체해주지 말고 필터 없이 매일 정수기를 세척하고 새 물로 갈아주기로 하였다. 전용 수세미와 세척솔도 마련했다.

대략 이 정도가 야옹이 녀석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대상들과 이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들이다.

일주일 정도 지켜본 결과 다행이 상당히 상태가 좋아졌다. 거의 예전 상태를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감자라고 표현하는, 모래로 뭉쳐진 소변덩어리도 큼직하게 원상복구 됐다. 위에서 말한 조치들을 시행한지 얼추 3일 정도 지나면서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 모래는 기존 모래가 있어서 아직 새 모래 교체를 하지 않았고. 기존 모래 남은걸로 교체해서 쓰는 중이고 짧게 사용하고 버린 후 새 모래를 사용해볼 것이다.

여러 원인 중 아무래도 정수기가 이번 사달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확신할 수 없는 필터를 믿고 게으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물때가 생겼던 걸 간과했던 안일함에 대해 반성한다. . 무엇보다 잘 회복해 준 야옹이녀석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