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10년 정도 써온 도어락은 번호입력과 디지탈키를 지원했다. 아내는 열쇠를 들고 다니는 것도 번거로워서, 번호를 누르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신경쓰여서 불편해했다. 내부에서 스위치를 눌러주는 IoT제품을 하나 구입해서 1년 반 정도 써 왔다. 아이폰용 앱이나 워치 앱으로 열 수 있어서 편리했으나 간혹 앱이 불안정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지문인식 방식의 도어락으로 교체했다. 좋은 점은 역시 열쇠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열쇠나 번호를 누를 때 보다 훨씬 빠르게 잠금이 해제되었다. 제조사에서는 0.9초라고 하는데 써보니 더 빠른 느낌이다.
며칠 써보니까 구입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장점이 생각났다. 가끔 출근길에 나갔다가 갑자기 밖에 비가 오거나 핸드폰을 두고 나왔거나 차키를 두고 나왔을 때 다시 올라가서 문을 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나는 아내에게 누차 강조하길, 혹시나 내가 나간 후 누군가가 곧바로 문을 두드리면서 열어달라고 하면 절대로 열지 말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사례를 보면 급박한 상황을 연출한 후 가족의 목소리를 이성적으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게 정신없이 만들어 속이는 방식들이 있는데, 방금 나간 사람이 다시 문 두드리는 상황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집 안에서 문을 열어줄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시간은 촉박하고 열쇠뭉치를 두고 나왔다면 번호키를 누르는 대신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0.1%라도 있긴 하겠지만 지문 인식으로 바꾸고는 그럴 일이란 전혀 없게 되었다. 도어락에 지문을 대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리니, 사실 문 두드려서 안쪽에서 열어주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빠른데다가 집 열쇠를 두고 나오거나 번호를 잊어버릴 가능성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문을 두드리는 것은 (절대) 내가 아니니 문을 열어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실 지문인식 방식이 핸드폰이나 워치에서 앱이나 위젯 실행해서 문 열림 상태로 조작하는 것보다 속도나 편의성 면에서 장점이 더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