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편의성과 생산자의 피로감 사이에서 절충

By | 2024-03-05

30명쯤 들어있는 단톡방이 있다. 이 사람들이 누려야 할 복리후생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찾는 중이었다. 여행숙박비를 n천만원 예산 안에서 신청 직원에게 추첨으로 지원한다던가, 올해 건강검진 30만원 지원하니까 이렇게 저렇게 검진들 받으라든가, 통근버스 코스와 시간이 변동된다던가 하는 소식들이다. 처음에는 정보를 취합해서 pdf로 만들어서 전송할까 싶었다. 내부망에 올라온 정보는 여러 게시판에 혼재되어 있고 게시물 형태로, pdf로, hwp로, ppt로 작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정보를 선별하는 것부터 어렵게 만들어진 게시판이라 정보를 찾고 선별하고 자료를 취합,변환하는 작업을 해보니 1시간은 족히 걸렸다. 완성된 결과물을 공유하기 위해 맥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보안 때문이렸다. 편법으로 이동시킬 수는 있었으나, 번거롭기 짝이 없다.

어찌어찌 옮겨온 결과물을 카톡방 사람들에게 보내자니, 무관심한 사람, 정보가 필요없는 사람, 정보 접근이 원활해서 이런 취합 정보가 필요없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다. 30명중 29명에게 유용한 정보라도 1명이 “아 저는 매일 직접 보는 중이라 이런거 필요없는데…”같은 말이라도 나온다면 정말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더라도 속으로 알림 공해를 견디고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한번 취합해서 풀버젼 문서로 만들다보니 이건 내가 너무 에너지와 시간을 많이 쏟게 되어 안되겠다. 호의로 시작한 일이 사명감이 되고 의무가 되어 결국엔 스트레스가 쌓여 혼자 칼물고 고꾸라지는 일이야 흔히 보아왔지 않은가. 한번 해보니 이게 그 코스다.

결국 에버노트에서 갈아탄 upnote에 제목1줄, 요약1줄을 적기로 하고 공유URL을 단톡방에 올렸다. ‘이런 취지로 소식을 공유하니 필요하신 분은 URL을 즐겨찾기에 넣으시라.’ 공유문서 맨 위에는 최종 갱신일시를 적어서 새 소식이 올라왔는지를 바로 알수 있게 했다. 하루에 한번이든 알아서 URL 열어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내부망에 들어가서 전문을 확인하는 걸로.

구독자의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생산자의 지속가능성이 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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