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5년간 담배를 피운 후 2004년 8월 23일 금연을 시작했다. 금연한 기간이 피운 기간을 넘어선 것은 5년쯤 전이었고 오늘은 금연 20년이 되는 날이다. 금연 초기에는 식당에서도 담배 피울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흡연하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가장 큰 금연의 장애물이었다. 같이 왁자지껄 뿜어대는 담배연기 자체도 구수했지만(…) 다들 그대로인데 나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더 흡연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담배를 피워 문 친구들도 “야야 한대만 피워” 한마디씩 하는 방해질도 많았고. ^^;
내 금연을 계기로 할머니도, 아버지도 다 금연하셨고 할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는 아직까지 금연을 이어가고 계신다. 그러고보니 내가 우리 집안에서 제일 늦게 담배 시작하고 제일 먼저 끊으면서 어르신들 담배도 끊게 만든 금연 전도사였던 셈이다.
각자의 금연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야밤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몇개피 안남은 담배갑을 보며 슬슬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문득 아니 이 따위 담배 놈이 나를 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옷을 챙겨입고 이 밤중에 담배를 사러 가게 하네? 니깟 놈이? 하면서 바로 그 순간부터 금연 시작. 몇개피 남은 담배와 재떨이를 모니터 앞에 두고 날이면 날마다 불타는 결의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금연을 이어갔다. 뭐 가끔 기침도 나고 잠자다가 가슴팍이 따끔거리는 적도 있어서 언젠가 끊긴 끊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고 그 날이 그 날이었다. 미드 덱스터의 “Tonight is the night”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