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일찍 아내와 길을 나섰다. 단양 고수동굴을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오는, 단순한 일정이다. 조금 일찍 움직여서 구경이든 밥이든 덜 붐빌 때 다녀오는걸 선호하는데다가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있는 시국이라 가자마자 밥부터 먹고 고수동굴을 보고 차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관광지 식당에서 밥먹기는 원래 정신없는 일이니까 식당 한가할 때 밥부터 먹고 줄줄이 입구로 들어가서 줄줄이 출구로 나오는 동굴은 그 다음 순서로 잡았다. 코스는 동굴 앞 영남식당 – 고수동굴 – 카페 산이다.
9시 무렵 식당에 도착해서 떡갈비와 더덕이 나오는 메뉴를 주문했다. 휴대용 버너에 얹힌 철판에 반반 담겨 나왔는데 떡갈비는 뎁히고 더덕은 구우면 되었다. 음식은 반찬과 주메뉴 모두 괜찮았다. 떡갈비는 세계적인 고기냄새감별 박사인 아내가 먹기에도 잡내없이 맛있었다고 했다. 더덕은 집에서 한 더덕구이보다 덜 짰다. 대개 식당에서 사먹는 음식은 짠 편이고 그 이유는 음식이 짜면 맛은 있지만 좀 짰다고 평가하는 반면 싱거우면 음식이 맛이 없다고 평한다고 했던가. 더덕구이는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웠다. 음식을 내 오신 분은 버너에 불을 켠 후 간단히 음식에 대해 소개를 했고 반찬은 모자라면 더 달라 하라셨다. 밥 먹고 있는데 식당 넘버2로 보이는 분이 오셔서 음식은 입에 맞으시냐,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라고 이야기 하셨다. 한창 그릇을 비워갈 무렵 이번에는 넘버1으로 보이는 분이 오셔서 많이 담으면 남겨서 적당히 담았으니 밥이든 찬이든 모자라면 더 달라고 얘기하라고 하셨다. 적당히 잘 먹어서, 리필을 요청하진 않았으나 음식맛과 더불어 친절함이 기억에 남는 집이었다.
식당가 옆 골목이 고수동굴로 가는 길이라 밥먹고 바로 동굴로 향했다. 어떤 동굴은 탐방로 코스 중 웅크리고 지나야 하는 곳이 많으면 머리를 부딪힐 수 있어 안전모를 대여하는 곳이 있었으나 여기는 안전모 대신 미끄럼방지 장갑을 나누어 주었다. 들어가보니 고개를 숙여 지나야 하는 곳은 많지는 않았다. 다만 계속 난간을 붙잡고 오르고 내리는 코스 연속이었다. 700계단이라고 하던데 숱하게 올라가고 내려가야했다. 원형 나선 계단을 내려가기도 했고 아주 폭이 좁아서 딛기 어려운 계단도 있었다. 심지어 가파르게 설치되어 이거 계단이냐 사다리냐 하는 우스개를 할 정도였다. 40분 정도 걸리는 코스를 돌고나니 홑겹 면티가 땀으로 푹 젖었다. 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온다면 갈아입을 면티 하나를 더 준비해 와야겠다. 난간 잡으라고 나눠준 장갑은 땀닦는 용도로도 요긴했다. 동굴 특성상 어둡고 습한데다 워낙 오르막 내리막 계단이 많다보니 동굴을 보고 왔는지 계단을 보고 왔는지 헷갈린다. 녹초가 되어 출구를 나오면서 빈 속에 왔으면 허기져서 쓰러졌을지 모른다는 애기를 아내와 나누었다.
마지막 코스는 ‘카페 산’이었다. 여기는 단양 카페 검색하면 꼭 나오는 곳이라 기회만 보다가 이번에 가기로 했다. 600미터 고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업체가 몇군데 있었는데 카페 산은 이륙장이 카페 앞마당이다. 처음 보는 패러글라이딩 이륙 장면은 대단한 장관이었다. 바닥에 펼쳐놓은 패러글라이딩은 교관과 손님이 뛰기 시작하자마자 하늘로 떠올라 펼쳐졌다. 생각보다 짧은 도움닫기 거리를 달려 바로 앞 가파른 언덕배기로 뛰어들면 그때부터 하늘로 두둥실 날기 시작했다.
아내가 말하길, 여기는 커피 한잔에 8000원이라고 해도 인정! 이라고 했는데 예상외로 아이스아메리카노는 6500원이었다. 맛은 … … 요즘 누가 커피를 맛으로 마시나! (응?) 경치 좋은 곳에서 시원한 마실 것 한잔 마셨다고 생각하자.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정상에 가까워지면, 올라가는 길 따로, 내려가는 길 따로 분리되어 있는 일방통행 도로다. 올라갈 때는 뭐 이 정도 도로면 훌륭하네, 길 잘 닦았네 싶었다. 다만 내려오는 길은 달랐다. 다소 험한 편이다.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운전자들이 쩔쩔매면서 내려가는게 위태로워보였다.
귀가길은 고속도로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충주호의 남쪽 도로를 탔다. 여름에도 이렇게 길이 예쁜데 가을에 단풍들면 얼마나 장관일까 싶다. 그 와중에 강변 예쁜 카페를 봐 두었고 다음에는 이 카페를 목적지로 찍고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