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시간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에는 차고지에서 출발하는 빈 2호선 전철이 온다. 보통 전철 두어대마다 끼어서 도착하는 이 빈 차를 사람들은 길게 줄지어 기다리는데 드디어 도착해서 문이 열리면 대단히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열차가 도착해 취이익~ 하고 문이 열리면 여태까지 세상살이에 달관한 듯이 평화롭게 줄 서 있던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 남자, 뾰쭉구두 신고 새침하게 생긴 젊은 여자, 인자하고 온화해보이는 중년의 아저씨 할 것없이 앉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친.듯.이. 달려든다. 심지어 무르팍이 시큰거리실 50대 아주머니, 노쇠해보이는 꼬부랑 할아버지 할것 없이 마치 경마장 출발선에서 경주마들이 뛰쳐나가듯 우당탕 퉁탕 엄청난 괴력과 스피드로 젊은 사람들을 밀치고 제끼며 “의자에 엉덩이 붙이기戰”에 참가하시는데 보는 사람은 마치 은혜로운 치유의 간증 현장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에 빠진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들이 의자에 엉덩이를 대면서 0.1초내로 주위 탈락자(?)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힐끔 훑어보며 오늘 자신의 승리가 값어치 있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바로 눈감고 자기 시작한다. -_-; 1초전까지 그 사력을 다해 아수라장을 만든 주인공들이 순식간에 평화로운 잠의 세계로 빠져드는 이 놀랍고도 기묘한 현상은 쇼킹아시아에 나올 법하다.
그다지 특별하다고 보지 않다고 생각하는 제가 이상한건가요. 쇼킹아시아까지야…^^
바로 눈 앞에 상상이 되네요.
저는 도봉산역에서 더욱 느긋하게 경쟁할 수 있는 문을 미리 선점하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