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모처에 갔다가 늦은 밤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이쪽편엔 나 혼자 의자 맨 끝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고 바로 맞은편에도 문옆 끝자리에 한 여인네가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여인네 옆으로 두어칸쯤 비워놓고 아주머니 한분과 예쁘장한 꼬마여자애가 앉아있다. 한 너댓살쯤 먹었으려나. 눈이 참 예쁘다. 라고 잠시 스쳐지나가는 시간동안 생각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지하철안엔 사람도 별로 없고 허연 형광등 조명과 그저 털컹털컹하는 바퀴소리만이 가득했다.
고개 푹 숙이고 책을 보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음? 고개를 들어보니 맞은편의 꼬맹이가 내 앞에 와서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고 있다. 뭐지? 손을 보니 조그만 종이쪼가리가 들려져 있는거다. 거꾸로 들려있어서 뭔지 읽긴 좀 어려웠고, 분위기 파악도 안되고 해서 당황해 하다가 맞은편의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머니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받으라고 그런다.
분위기 파악 안되는군…. 어쨌거나 아이가 원하고 애엄니도 원하는 -.-;; 그런 일이기때문에 받기로 결정하고 이왕 받을꺼라면 아이에게 기쁨을!!!! 활짝 웃으며 아이한테 종이를 받았다. 고마워요~~~ 하고 멘트까지 날려주었단 말이다. 그리고 아이는 쪼르르 지 엄마품으로 다시 달려간다. 무슨 다이어트 어쩌고 하는 광고지였다. 대채 왜 이런건 어디서 줏어다가 날 주는거람..-.-;; 종이를 책 맨 뒷장사이에 끼워두곤 속으로, 무슨 영문일까, 라고 생각해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뭐 답을 몰라도 크게 맛탱이 가는 상황은 아니었으므로 어찌되었거나 대충 분위기는 괜찮았다지. 또 대가리 처박고 책 보고 있는데 다시 그 꼬마가 쪼르르 옆자리의 아가씨, 즉 내 맞은편의 아가씨에게 똑같은 행동을 한다. 그 아가씨 바로 앞에 서서 조그만 종이를 내밀고 있는거다. 나와 마찬가지로 일순 당황한 아가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주머니와 눈을 마주치고는 그 “미소와 손짓”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종이를 받는다. 그 아가씨와 살짝 눈이 마주친다. 공통의 “특이한 경험”을 했다는 동지애가 물씬 풍긴다. 게다가 이건 동심에 관계된 일 아니던가!!!! 우린 착한일을 한 낯선 남녀가 되었던 것이지. 어쨌거나,
아이의 취미가 참 특이하군. 이라고 잠시 생각해보곤 다시 책에 시선을 둔다. 한 5분정도 책속에 푹 빠졌었던가.
전철이 어디쯤 왔나..하고 잠시 고개를 들었을때 … 맞은편의 아주머니와 내 앞의 그 아가씨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정확히 말해서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이 좀 붉어진채로 아까 그 종이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아침 식사 하고 나오세요? 이거 다이어트인데요..하루 필수 영양소가 어쩌고 저쩌고…재잘재잘…”
결국 그 아이는 엄니가 시켜서 보낸 광고물전달자였던 것이었다. 아마 내가 책보느냐고 대가리 안처박고 있었다면 분명 맞은편 대각선쪽에서 재잘대었던지 아니면 이쪽편으로 건너왔을수도…
영화라면…나중에 아줌마가 조용히 와서 이렇게 얘기하는거겠지. “고마워요. 우리애가 자폐증이 있는데..이렇게 하는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더군요…”라면서 미소를 짓는다. 미소짓는 아주머니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보인다… 아아…가슴아픈 모정이여…
그런데 현실은 -_-; 어찌나 멋지던지 원;;;
움,, 내가 볼땐 이게 영화 같다.
코메디 영화.. 영화엔 반전이 중요한 요소지 아마?? ㅋㅋ
근데 애가 불쌍해…
우웃..이게 누구신가. 헬로누나가 아니신가. 근데 누나..내 집 메신저엔 없네… 쩝쩝… lastpatrol[at]hotmail.com 추가해유…
아하하 오빠가 누나라고 하니.. 이상해~~
언니라고 하면 더 이상하잖아. 응?
언니라 부르거라 -.-;
근데 대체 멀 또 메신저에 올리라는거야
앙그래두 인구 많은데- 일인당 일메신저 합쉐 *(-),.(-)*
그렇겐 못하징.. 으음… 아 메신저 왜냐믄 하나는 회사에서 쓰고 하나는 집에서 쓰거덩. 회사꺼는 퇴근하면 오프라인이징. 그래서 그렇지 뭐. 싫음 말고 -_-;;
그 종이에 옆의 여자분과 서로 연결시켜주기 위한 멘트라도 적혀있었다면 더 “드라마틱”했을 것 같다는 상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