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이자 인터넷서비스 기획자인 jely님과는 2005년 말, 당시 같이 일하던 회사의 서비스가 다른 큰 회사로 인수될때 함께 왔다가 내가 먼저 다른 팀으로 옮기게 될때까지 두어해 정도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jely와 함께 일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jely를 만날 때마다, 또 jely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지 jely가 한번 읽어보라며 줬던 A4 프린트물 뭉치가 있다. 문서 제목은 정확히 기억안나지만 이글루스에 있던 가든 서비스에 대해 쓴 글이었다. 기획서도 아니고 기능명세서도 아니었다. ‘가든’이라는 서비스이자 가상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jely라는 기획자가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하여 작성한 수필같은, 역사책으로 치면 야사같은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아마 판타지 세계로 치면 로도스도 전기나 드래곤라자 같은 느낌이었달까.
신선한 충격이었고, 그 이후로 (jely가 퇴사한 이후로도) 몇년간이나 그 문서를 서랍속에 보관하고 있었다. 자기가 만들려는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주관을 갖고 어떻게 그 세상이 돌아갈지, 돌아갔으면 좋겠는지를 이야기로 풀어내어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기획자들이 갖지 못한 능력이다. 서비스가 단지 기능을 개발하여 서버에 올리는게 전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장 소중한 비용인 ‘시간’을 지불할 때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한 진지하게, 충분하게 고민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다.
jely님과 같이 일할 당시 보스였던 erehwon님은 ‘서비스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어서 서로 만났는지, 서로 만나서 그런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뭐 둘 다 맞는 말일거 같다.
‘걸출한 기획자’가 서비스를 바라보는 진지함의 기준을 보여준 사람 , 그런 사람이 바로 jely 같은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