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여름 피서가기도 마땅치 않은 시국이라 아내와 당일치기로 여수에 다녀왔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1박도 하고 여수야경도 보고 올 생각이었지만 상황이 그렇질 않으니.
아침 일찍 출발하여 여수 생선구이집에서 아점을 하였다. 다섯 종류 생선이 그때그때 다르게 구워 나온다는데 갈치,조기,고등어,서대,양태가 그날의 생선이었다. 서대와 양태는 이름은 색달랐으나 온기도 없었고 접시에 떡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반찬중에 돌게장은 돌게에 뭐 먹을게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외로 괜찮았다. 이리저리 깨물면 신선한 속살이 꽤 먹을만했다. 다만 서대와 양태구이가 워낙 엉망이라 다시 찾아갈 일은 없을듯하다. 차라리 갈치,조기,고등어에 임연수어 정도를 더해 따끈하게 바로 구워 넉넉히 내는게 훨씬 낫겠다.
원래 예정은 아점먹고 하멜등대를 본 후 유람선을 탈 생각이었다. 케이블카야 밀폐된 공간에 몇명이 타는지도 알 수 없으니 애초부터 패스. 그런데 하멜등대 앞에서 본 유람선 배 난간에 사람들이 빈틈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걸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거리두기고 뭐고 없구만… 유람선도 이번 방문길에서 제외시켰다.
10여년 전에 지나가봤던 마래2터널을 다시 한번 지나가보니 예전과 다르게 양방향 진입과 차단 신호등이 설치되어 좀 더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게 되었다.
오후에는, 백업용으로 알아둔 전망이 좋은 카페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커피 2잔을 시켰더니 멜론이 서비스로 나왔다. 센스. 옥상 파라솔 좌석쪽이 전망은 더 좋을 것 같았으나 워낙 땡볕이라 여름에는 올라가기 어렵겠더라. 가을 이후거나 해가 진 이후면 모르겠다.
구례에 선배형을 보고 갈까 했었는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늦은 오후 일정이 애매해졌다. 문득 이틀전에 누가 나주곰탕을 맛있게 먹었다는 글이 생각났고 그 글에 노안집을 추천하는 댓글을 본 기억이 났다. 아내에게 물으니 흔쾌히 동의. 바로 나주 노안집을 찾아갔다. 곰탕골목이라고 해야할까, 주차장도 매우 넓었고 여러 다른 곰탕집도 있었다.
나주곰탕과 수육곰탕 하나씩 시켰는데, 나주곰탕이 이런 맛인걸 이제서야 알게된게 억울할 정도의 맛이었다. 아내는 원체 입이 짧아 밥을 반공기만 먹어도 잘 먹었다고 하는 편인데 토렴한 나주곰탕은 한그릇을 완전히 바닥까지 비웠다. 젓갈맛이 강한 김치와 달달한 깍두기도 마치 명동교자의 마늘김치처럼 두고두고 생각날 맛이었다.
가까운데서 다시 나주곰탕집을 찾아보기로 하였으나 나주의 노포에서 나주곰탕을 처음 먹어보았으니 실망만 하게 되는건 아닐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