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물림

By | 2021-12-23

고양이 녀석과 함께 산지 6년쯤 만에 제대로 물렸다.

어제 늦은 밤 책상에 앉아 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에 와서 야옹야옹 거렸다. 늘 그렇듯이 “왔쩌용?” 하면서 손을 내려 뺨 근처에 대주면 자기뺨을 손에 대고 문지른다. 잠시 후 반대편 뺨으로 손을 옮겨주면 그쪽 뺨도 부비부비 하고. 그러더니만 갑자기 엄지 손가락이 있는 손바닥의 두툼한 살 쪽을 콱 깨물었다. 다른 때도 이러다가 깨물려고 하는 적이 있는데 무는 시늉만 하다가 번쩍 놀라서 자기가 후다닥 다른데로 뛰어 가곤 했는데, 마치 ‘어이쿠 내가 미쳤지. 물려고 했었네’ 같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런데 어제 밤에는 한번 꽉 물고 다시 한번~ 또 한번 총 3번을 물어 제끼더라구요. 2번째인가 3번째에는 이빨이 살 깊숙히 박히는 느낌이 났고요.

이빨 자국이 5~6개쯤 났는데 가장 깊게 박힌 쪽에서 몇초 뒤부터 피가 꿀렁꿀렁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긁힌 후에는 살짝 피가 배어나오는 정도인데 심하게 물렸다. 얼른 반대편 손으로 다친 쪽 손목을 잡고 방에서 나와 아내에게 가서 티슈 좀 꺼내달라고 했다. 깜짝 놀란 아내가 티슈를 뜯어서 상처를 덮어주었고 지혈을 시작했다. 한 5분 정도는 심한 통증으로 방바닥에 고꾸라져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세번 티슈를 갈아 댄 후에야 출혈이 멈췄다. 알콜 소독 후 상처용 연고를 바르고 일회용 밴드 세장으로 상처를 덮고 대충 마무리.

2014년 경에 길냥이한테 긁힌 후 파상풍 주사를 한번 맞은 적이 있었다. 예방접종 효과가 10년이니 파상풍 걱정은 안했는데, 다만 이빨에 물린 상처이기 때문에 다른 세균에 의해 덧날 가능성은 있었다. (방금 전 응가하고 똥꼬 핥고 왔을 수도;; )

응급실까지 갈 상황은 아니라 그렇게 밤을 보내고 오늘 아침 일찍 외과에 가서 치료받고 왔다. 포비돈으로 다시 소독하고 거즈를 대고 반창고로 고정시켰고, 파상풍 주사 맞은지 5~6년 정도 됐다고 하니 한번 더 맞으란다. 예방이 아니라 상처가 발생했을 때는 접종 5년이 지났다면 10년이 안됐더라도 맞는다고 한다. (의약품 통합정보시스템의 에스케이 티디백신주 설명 참조) 그럼 10년 효과라는 의미가 뭔지 좀 애매한 일. 그리하여, 항생제 주사(이연리보스타 마이신)는 엉덩이에, 파상풍 주사(에스케이 디티백신주)는 어깨에 맞았다.

항생제 엉덩이 주사 때 간호사님이 주사 아프니까 허리 굽히고 맞지 말고 주사실 침대에 신발 벗고 올라가 엎드리란 권유를 두번이나 했다. 괜찮다고 하니 아이구 어쩌나 아픈데…어떡해 어떡해 하면서 주사 놓으셨고… 예고(?)대로 아팠다. 주사액 양도 많았고.

먹는 약 하루치 (항생제, 해열진통제, 위점막보호제 처방)를 지어왔고 내일 한번 더 병원가야한다.

아까 아침에 야옹이 녀석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제 머리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고 쩝쩝거리면서 머리 통을 앞니로 긁어서 잠을 깨운다 ㅎㅎ.. 일어나 앉으니 무릎 위로 올라와 앉으면서 부비적거리던데, 어제는 왜 물었나 모를 일이다. 무슨 스위치가 켜진건지 참 알 수 없는 녀석이다. 보통 물고 싶을 때는 살짝 입을 벌린다거나 고개를 돌려 물기 좋은 포즈를 잡기 때문에 0.5초전에는 알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손을 줄 때에는 더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생각해보니 손 내밀어 놓고 잠시 방심했던 듯.

[업데이트]@2021.12.24
병원에서 다시 소독하고 반창고 교체. 이빨 자국 중심으로 지름 1cm 가량 붉어졌는데 염증반응이란다. 혹시 곪았는지 엄지검지로 꾹꾹 눌러보던데 농이 나오거나 하진 않았다. 약을 3일치 더 지어왔고 엉덩이 주사 한대 맞았다. 주말동안 약 잘 먹고 월요일에 다시 병원 가야 한다. 시국이 시국인데 벅벅 시원하게 손 못씻는게 불편.

[업데이트]@2021.12.27
금요일에 병원에서 붙여준 반창고는 토요일 낮에 떼었다. 부직포 재질로 된 접착시트가 하루쯤 지나니 보풀이며 더러움이 심해졌다. 떼어내고 일회용 방수밴드 3장으로 붙였고, 토요일 저녁에 샤워하고 갈아붙일려고 떼어보니 구멍난 곳은 다 메워져 있었다. 알콜 소독도 더 이상 따갑지 않았다. 이제 밴드는 붙이지 않고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조금전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보여주니 처치며 약 필요없이 그대로 두면 된다고, 진찰료 없이 그냥 가도된단다.
물린 자국 주변의 붉은 원(염증)과 멍자국도 사라졌다. 특이 사항으로는 물린 쪽 팔뚝과 손 쪽으로 피부가 예민한 느낌이 며칠간 있었다. 그쪽 팔의 피부를 손으로 쓰다듬으면 마치 약하게 화상을 입은것처럼 찌르르.. 자극이 느껴졌다. 반대쪽 팔은 전혀 그런 현상이 없었고. 이게 물려서 생긴 증상인지 아니면 같은 쪽 팔의 어깨 부위에 맞았던 파상풍 주사의 영향인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거의 증상이 사라졌으나 약하게는 남아있다. 아울러 파상풍 주사부위는 바둑돌만하게 뭉친 증상이 주말 내내 있었다. 지금은 거의 풀어졌고 약간 간질간질한 느낌이 드는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