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서 깨진 링크들 문제에 대한 단상

By | 2022-12-03

이 블로그를 20년째 운영해오면서 최초 b2부터 시작해서 지금 워드프레스까지 몇번 퍼머링크 구조가 바뀌었다. hof.pe.kr/b2/index.php?p=고유번호 형태가 처음 이었을듯 싶고 워드프레스로 오면서 hof.pe.kr/wp/고유번호 형태였다가 다시 hof.pe.kr/고유번호로 정착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지 경로를 /wp-content/images에서 /images로 변경하기도 했다. 퍼머링크가 바뀌면 블로그 외부와 내부에서의 링크들이 깨지기 마련인데, 내부적으로는 phpmyadmin 과 better search replace 플러그인 등으로 손봐두었다. 문제는 외부에서 예전 경로로 들어오는 트래픽들인데 이 문제는 Safe redirect manager 로 처리하였다. /wp/고유번호로 들어오면 모두 /고유번호로 간다. 

더 예전 주소인 /b2/index.php?p=고유번호로 들어오는 트래픽은 이 플러그인으로 잘 처리가 안되었다. 모양새는 좀 빠지지만 현재 테마의 404.php 파일에 약간의 도움말을 적어두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찾으시는 문서가 없습니다. 

실제로 삭제 되었을 수도 있고 문서 구조가 바뀌면서 못찾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찾으시는 문서가 hof.pe.kr/b2/index.php?p=숫자 형식으로 되어 있다면 hof.pe.kr/숫자 형식으로 주소창에 넣어보세요.

이제 내가 원인인 퍼머링크 변경에 대한 대응은 마쳤는데 문제는 또 있었다. 블로그 내에서 인용한 각종 사이트들의 링크도 상당수가 깨져있었다.  블로그가 애초 웹로그에서 유래했고 웹 서핑하면서 발견한 사이트들을 소개하거나, 글을 작성할 때 생각의 시발점이 된 외부 글이 있을 경우 이와 관련한  출처를 밝히기 위해 원본으로 가는 링크를 가능한 많이 사용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던 서비스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고 (예: 야후,엠파스,다음 블로그, 블로그인, 네이트 통 등…)  개인이 구입한 도메인으로 운영하던 설치형 블로그인 경우 도메인이 만료되면서 블로그가 폭파된 경우, 블로그를 접고 이사한  다른 플랫폼으로 도메인을 포워딩 시킨 경우, 이러저러한 이유로 글 삭제한 경우로 말미암아 더 이상 링크가 의미가 없어졌다.  

404 에러만 나면 다행(?)인데 도메인 판매업자가 재 등록한 후 판매를 위해 만들어둔  페이지로 넘어가는 경우도 다수 확인했다.  내가 링크 건 사이트들이 퍼머링크를 유지해주면 좋긴 하겠지만 이러저러한 이유와 사연들로 도메인과 호스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설령 유지한다 한들  지금 내 경우처럼 블로그 SW나 디렉토리 구조가 바뀌면 또 혼돈의 카오스에 빠지게 된다. 글은 있지만 퍼머링크가 바뀌니 예전 링크를 타고 들어온 경우는 없는 페이지라는 오류를 내는 경우가 숱하다.  

아무튼 이러한 사정으로 외부로 가는 링크들이 깨지는 경우를 종종 보긴 했는데 오늘 생각난 김에 Broken Link Checker로 블로그 내 깨진 링크를 찾아보니 전체 약 8천개 링크 중 2천개가량이 깨져있었다.  이건 도메인이 없어졌거나 404 에러를 반환하는 경우다. 

마음같아서는 이 플러그인이 제공하는  링크를 제거 기능을 이용해서 깨진 링크는 제거하고 일반 텍스트로 변환하고 싶으나, 링크로 말미암아 의미가 있는 텍스트들이 있어 링크가 제거되면 잠결에 쓴 헛소리같은 본문으로 바뀌기도 한다. 차라리 깨진 링크라도 두어 이게 예전에는 의미가 있던 글이라는 징표라도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러다보니 링크를 제거할 수도 없고 깨진 링크를 방치하되 찜찜한 일이다.  

나머지 중 2400개는 redirect라고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절반 정도는 도메인 주인이 바뀌어서 다른 사이트가 되었거나 도메인 판매 페이지로 연결되었다.  또 http 접속이 https로 연결되는 등 선의의 redirect 항목도 포함되어있다.  전체 오류 목록에서 깨진 링크와 리다이렉트 목록을  수동으로 확인하여 링크를 끊거나 재 연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수천개의 사이트에서 길게는 20년 전의 글이 남아있는지, 어느 링크로 바뀌었는지를 찾아내어 다시 링크를 연결하는 일은 흔히 하는 말로 본전도 안나오는 일이다. 그 사이트 주인장 또는 관리자도 20년전의 글이 있는지, 없는지, 있으면 어디로 갔는지 알기 어려울게다.  설령 수동으로 바뀐 글 주소를 찾아서 다시 연결시켜둔다 한들 그 주소 역시 몇 년 후, 아니 몇 달 후에 또 바뀔지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월이 지나고나서 보니 당시 개별 글의 고유하고 영.원.한 링크라는 퍼머링크(permalink)는 그냥 URL과 하등 다를 바 없어졌다. fancy URL로 만들기 위해 애썼고 한국어 사용자에겐 다소 맞지 않아 시맨틱한  URL을 쓰는 외국 사이트들이 부럽기도 했었는데 이 또한 일단 개똥같아 보이는 URL이라도 변치 않고 존재하는게 중요했다.  즉 시간이 지나고나서 보니 블로그 글 URL이 /broken_link_problem 처럼 생긴게 중요한게 아니었고 /index.php?p=123 또는 /%EA%B9%A8%EC%A7%84%20%EB%A7%81%ED%81%AC%20%EB%AC%B8%EC%A0%9C 처럼 모양새가 좀 후진 링크라 하더라도 오래 유지되는게 훨씬 더 낫다는 말이다.

블로그 글에서는 본문 내용은 물론 포함된 링크가 컨텐츠의 중요한 구성요소였으나 속절없이 대책없이 변형되고 깨진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이 헛헛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했던 개인들에게 한번 썼던 글의  URL을 평생 유지,보존해야한다는 책임을 지우기도 사실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저 그 당시에 쓰고 싶었던, 쓸 수 있었던 도구를 이용해서 글을 썼을 뿐이니까. 누군가가 나에게 케텔 게시판에 썼던 나의 30여년전 글을 찾을 수 없고 호롱불BBS에 올렸던 자료가 없어졌다고 나를 비난하는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 역시 지금 내 블로그에 걸려있던 엠파스 블로그의 링크가 더 이상 연결되지 않는다고 누굴 원망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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