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 건강 검진

By | 2022-12-18

2015년 10월생인 꼬미녀석이 만 7살이 되었다.  꼬꼬마 시절 기본 3차 접종까지는 마쳤고 몇해간 여름 즈음에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발라준 것 외에는 예방적 조치로 병원에 간 일이 거의 없다.   중성화 수술할 때와 얼마전 배뇨 문제로 한번 정도.

요 며칠  EBS에서 고양이학개론 이라는 강좌를 듣고보니 그동안 건강에 너무 무심했구나 싶다.   만 7살도 됐고 하여 건강검진을 받기로 하였다. 고다 카페에서 몇군데 찾고 포탈에서 후기와 평점, 또 고양이를 키우는 주변 사람들의 평을 참고하여 한군데 동물병원을 낙점하였다. 집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전화로 문의해보니 혈액검사, 초음파,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하고 30만원부터 시작한단다. 이게 동물병원들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건강검진 비용을 딱 정해서 알려주지 않고 “nn만원 이상입니다. nn만원부터 시작입니다. nn만원에서 플러스 알파입니다.” 같은 식으로 하한선만 이야기 한다.   종과 개체별 편차가 커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의 건강검진 비용을 예측하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든다.

예약을 잡으려고 하니까 처음 오는 거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일단 초진을 해야 하니 한번 와서 진료를 보고 예약을 잡잔다.

초진날

아침 동물병원 문여는 시간에 맞춰 갈려고 꼬미녀석을 이동장에 넣으려고 하니 녀석이 완강히 저항한다.  평소에 자주 들어가서 낮잠 자던 곳인데 무릎담요로 이동장을 감싸놓고 집어넣으려고 하니까, 이렇게 병원에 끌려(…) 갔던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격렬하게 거부했다. 고양이학개론 프로그램에서도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오기로 한 날 예약이 깨지는 경우 대부분이 이렇게 이동장에 넣지 못해서라고 하던데, 딱 그 말이 맞는 말이다. 몇번이고 오늘은 포기할까 싶었지만 다음 날이라도 달라질건 없기에 겨우겨우 20여분쯤 씨름해서 녀석을 이동장에 넣었다. 용을 쓰며 나오려는 녀석을 막으면서 조립식 문짝을 끼워넣기가 가장 어려운 일. 조립하려고 애쓰는  문짝을 몇번이고 날려버리며 뛰쳐나가길 반복했다. 잡아 넣으면 하악질도 여러번, 입질도 하려고 했다. 이러다간 물리거나, 이동장 모서리에 긁히거나, 흥분한 녀석의 발톱에 긁힐 것 같아 늦게나마 장갑을 끼었다. 우여곡절 끝에 땀 범벅이 되어서야 겨우 이동장에 넣기 성공.

어깨끈을 연결해서 걸쳐메고 부지런히 걸어 동물병원까지 이동했다. 녀석이 계속 낑낑 소리를 낼 때마다 아이 얼르고 달래듯 호응을 해 주긴 했는데 별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병원에 도착하여 고객카드를 작성하고 몸무게를 달고 대기석에서 기다렸다.  이동장을 덮어두었던 담요를 걷어내고 병원 내부를 보게 해 주었다.  이동장 틈새로 낯선 곳을 두리번 거리고 냄새를 맡느라  낑낑대는 소리는 멈추었다.  먼저 와서 진료받던 강아지 두마리가 나오고 수의사의 호출에 따라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에게도 하악질을 한번 하긴 했으나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졌는지 크게 난동은 부리지 않았다. 수의사에게 저번에 배뇨장애가 한번 있었다고 이야기 하니 배 여기저기를 만져보고는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요검사 하나 추가해서 하자고 하였다. 진찰을 마치고 건강검진 예약날짜를 정한 후 접수대로 나와서 확인하고 있는데 수의사가 진찰실에서 나오더니  꼬미가 성격이 예민한 것 같으니 검사 중 마취까지는 아니고 진정제를 투여할 수 있단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상태에서는 간수치등이 치솟을 수 있어 잘못된 검사결과가 나올 수 있단다. 알겠다고 하였다.

부지런히 이동장을 둘러메고 귀가하였다.  집에 오자마자 이동장을 가리고 있던 담요를 제끼고  출입문을 따 주었으나 녀석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문을 활짝 열어주니 그제서야 나와서 이동장과 집안 냄새를 맡고는 작은 방 책상 아래로 들어가 웅크렸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다가와 야옹거렸다.

검사날

검사 당일 금식하고 소변 못보게하고 데려오라고 하였다.   아침 7시쯤 물그릇과 사료그릇을 치우고 화장실 입구도 막았다. 평소에도 목마르면 물 달라는 의사표시 장소인, 화장실 양변기 위로 서너번 뛰어올라가 낑낑거렸으나 물을 주지 않았다. 예약한 시간 1시간쯤 전에 이동장에 넣어보기로 했다. 초진날 워낙 고생했던터라 단단히 각오를 했는데, 예상외로 싱겁게 두어번 버티다 순순히 이동장 안으로 들어갔다. 뜻밖이로군. 이라고 생각하고 잠시 다른 짓을 하던 사이에 덜커덩 소리가 났다. 이동장 문이 열려버렸다.  출입문은 고정핀이 한쪽  이동장 위아래 틀에 끼워져 있고 반대쪽은 스프링 달린 손잡이를 누르면 문틀에 끼워져있던 핀이 오무라들면서 잠금이 풀리는 구조다.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다보니 힘을 받으면 휘면서 핀이 빠져 버렸던게다. 출발전에 탈출했으니 다행(?)이지  길바닥에서 이랬으면 대참사가 날 뻔 했다.   도보 15분 거리를 걸어가려던 생각을 당장 접고 3/4 지점에 있는 유료주차장까지 차로 간 후 300미터 정도만 도보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조수석에 이동장을 올려둔 채 차로 이동하면서 수시로 문짝을 만져보아 이상유무를 확인했다. 다행이 별 탈 없이 주차 후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검사실로 들어간 후 얼마 있다가 수의사가 나오더니 진정제를 투여해야겠다고 한다. 알겠다고 했고, 옆 방에 들어가더니 주사기를 가지고 나왔다. 진정제가 경구투여하는게 아니고 주사였다니.  20여분 정도 지나서 수의사가 나왔다. 채혈과 초음파 마쳤고 이제 엑스레이 찍는단다.  간호사가 꼬미를 타올에 감싸서 진료실을 옮기는걸 봤더니만 완전 기절상태.  이게 진정인가? 좀 쎈데..

검사 다 마치고 꼬미가 나왔는데 아까와 마찬가지로 축 늘어져 있었다. 눈은 뜬채로  동공은 새까맣게 열려있었다.  혀는 입 옆으로 늘어져 있었다. 몸에 힘이 빠진 채로 누워 있으니 이동장이 작아 문 밖으로 머리는 전부 나와있었다.

[ 검사 끝나고 마취가 덜 풀린 상태 ]

초음파 결과는 당일 나왔고, 혈액검사결과는 외부 분석업체로 보내 다음날 나온단다. 검사 당일 들은 결과로는 다이어트가 필요하고, 신장에 결석 가루가 보인단다.  아직 돌이 만들어 지지는 않았는데 관리가 필요하니 처방 사료를 섞어 먹여야 한단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초음파를 찍었으면 좋겠단다.

일단 귀가를 해야하니 녀석의 머리를 들어 이동장 안으로 넣고 문을 닫았다. 고개가 옆으로 꺾여서 보이에 안쓰러웠으나 당장은 도리가 없다. 3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검사비는 32만여원이 나왔다.  혈액검사결과는 다음날 다시 들으러 가기로 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방광에 결석까지는 아니고 가루들이 떠 있단다. 물 자주 마시게 하고 결석용 처방 사료를 섞어 먹이면 좋다고 하였다. 아랫배에 지방이 많이 보이니 체중 감량을 시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귀가해서 이동장을 분해 후 꺼내놓으니 전혀 몸을 못가눈다.  꼬미가 가장 좋아하는 자세인, 내가 비스듬히 누운 채로 내 가슴팍에 올려놔주었다.  눈은 동공이 보이지 않고 전체가 녹색기가 도는 어두운 색을 하고 있었다. 내 턱 냄새를 맡고 잠시 쉬더니 바닥으로 기어내려간다. 앞다리는 그나마 좀 힘이 있는데 뒷다리는 전혀 힘을 못주고 끌려가다가 제멋대로 방바닥에 놓였다. 머리통과 근육들을 덜덜 떨고 있었고 살짝 건드리면 전기라도 오른 것처럼 움찔거리며 펄쩍 뛰었다. 시간이 흘러 슬슬 정신이 돌아오면서 녀석은 나에게 하악질을 하였고 급기야 손길까지 뿌리치며 말 안듣는 뒷다리를 끌며 전속력으로 앞발로 도망치기까지 하였다.  6~7시간쯤 지나서야 대충 뒷다리 감각이 돌아왔지만 하악질은 여전하였다. 저녁에 약간의 물과 사료를 먹였다.  조금씩 준 사료를 다 먹고나면 잠시 쉬었다가  사료를 조금 놔주기를 반복하여 급히 과식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이때까지도 녀석은 내가 근처에 가면 하악질을 계속 했는데  금식으로 다소  초췌해진데다가 동공도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으니 웬지 다른 고양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늦은 밤이 되면서 녀석은 점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제 발로 다가와 부비부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원상회복이 된 것은 아니었고 밤에 잘 때 문제가 생겼다. 잠자리에 들고나서 얼마 후 녀석이 울기 시작하는데 20분이고 30분이고 마치 사람으로 치면 꺼이꺼이 우는 것처럼 크게 낯선 소리를 내었다. 어둠 속에서 녀석을 찾아 쓰다듬어주면 안정을 찾았는지 조용해졌다. 다시 잠자리에 누우면 잠시 후 울기 시작한다.  낮에 겪었던 일련의 검사과정이 꽤나 트라우마였나보다.  우는 녀석 달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분명 검사로 인한 장점이 클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취(인지 진정인지…)의 여파가 고양이의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오래갔다. 어쩌면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서 더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다.

검사결과 및 이후

외부 업체로 보냈던 혈액, 소변검사 결과는 하루 뒤에 나온다 하여 그 다음날 병원에 방문하였다. 심장, 간, 콩팥 수치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다만 초음파로 관찰되었던 방광 내 혼탁함, 뿌연 가루로 인한 몇몇 수치가 좋지 않게 나왔다. 아직 돌로 발전하지 않았으니 원인을 찾고 증상을 가라앉혀보잔다. 하루 2번 일주일치 가루약을 타 왔고 저번에 가루로 된 방광약 먹을 때 거의 발작하듯 토해냈던 일을 이야기했더니 그렇게 먹이면 약에 트라우마가 생기므로 다음에 다른 약을 먹기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사람이 먹는 유산균 약에서 캡슐만 사용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공캡슐을 챙겨주겠다고 하였다.

접수처에서 계산하다보니 꼬미한테 늘 공캡슐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앞으로 늘 챙겨줄 수 있도록 고객정보에 메모해두겠단다.

집에 와서 필건(Pill Gun)이라고 부르는 얄약 투여 도구를 구입할까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마땅히 눈에 띄는 제품이 안보였다. 투여 중 앞부분 실리콘이 입안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일체형 필건도 찾기 어려웠다. 일단 손가락으로 밀어넣기로 하고 가루약을 공캡슐에 조심스레 옮겨담았다. 물한그릇을 같이 떠 와서 꼬미를 품에 안은 후 왼손으로는 입을 벌릴 준비를 한 채 오른손으로는 캡슐을 물에 몇초간 담가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든 후 입을 벌리고 캡슐을 집어 넣고 바로 입을 닫았다. 목구멍까지 밀어넣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그냥 입 안에 적당히만 넣어주면 꿀떡 삼기는 것 같았다. 너무 얕게 넣으면 바로 뱉어내니 왼손으로 입을 벌리고 오른손으로 혓바닥 중간 정도에 약을 놓은 후 입을 닫고 잡아주면 바로 삼킨다. 이후에 며칠 먹여보니 한두번 뱉어내기에 성공하더니만 좀 더 적극적으로 뱉어내려고 애를 쓴다. 성공의 경험이란 것은 사람의 사업과 업무에서만 중요한게 아니었다. 너무 깊게 넣으면 기도에 걸려 켁켁 거릴것 같고, 너무 얕게 넣으면 바로 뱉어내니 적절한 위치에 캡슐을 넣고 신속히 입을 잡고 있는게 중요했다.

며칠 약 먹여보니 소변양은 다소 증가한 것 같다. 간식은 건조닭가슴살을 평소에도 권장량의 1/2 정도만 주고 있었는데 이후에는 하루 건너 뛰거나 말거나 하면서 1/10 정도로 줄였다.

화장실 모래는 하루에 2회 이상 치워주고 있고 약 3주에 전체 교체를 해주고 있다. 혹시나 화장실 위생상태가 소변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2주마다 전체갈이를 할 생각이다. 아울러 먼지를 줄이고 소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처음으로 카사바 모래를 사서 1/5 정도 부어주었다. 고양이 녀석의 호불호와 혼합모래의 기능성 사이에 적절한 선이 어디쯤일지 당분간 테스트를 좀 해봐야 겠다.

기존 이동장은 크기나 안전성에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기에 새로 사야하는데, 플라스틱 켄넬식을 사야할지 배낭형을 사야할지 찾아보는 중이다. 마취등을 했을 때는 힘을 빼고 길게 누워있으니 50cm 이상 길이가 나와야하는데 이럴 경우는 그만한 가로폭이 나오는 배낭형이 없으므로 무조건 켄넬 방식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병원에 오갈 경우에는 무게를 분산하는 배낭형쪽으로 눈길이 간다. 어쩌면 두 가지를 모두 구입해서 각각의 경우마다 적절한 방식의 이동장을 사용하는게 맞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