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알뜰폰 통신사의 서비스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에 홈페이지 회원을 탈퇴하기로 했다. 이미 회선이야 타사로 옮긴지 오래니 홈페이지의 회원정보를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로그인 해서 회원정보니 고객지원이니 FAQ등을 찾아보아도 회원 탈퇴메뉴를 찾을 수 없었다. 회원 탈퇴 절차를 묻는 1:1 고객문의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회사이름] 입니다.
회원탈퇴는 고객센터 이메일로 신분증 사본 접수 후 문의 주시면 처리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분증을 보내라는게 뜻밖이었지만 주민번호 뒷번호와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보냈다. 잠시 뒤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신분증 사진은 아래 두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해야 한단다.
- 사진을 가릴 경우 : 주민등록 번호 전체가 나와야 함.
- 주민등록번호 뒷번호를 가릴 경우 : 사진이 나와야 함.
무슨 소리지?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와 사진이 서로 호환되는 데이터인가??????? 홈페이지 회원가입할 때는 확인하지 않는 신분증 사본을 탈퇴할 때는 왜 보내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동통신 회선 가입이나 탈퇴가 아니라 그저 홈페이지 회원탈퇴인데 말이다. 아니 요금을 내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타사로 번호이동할때 조차 신분증 사본을 보내는 절차는 없지 않은가. 그저 홈페이지의 껍데기 고객정보만 남아 있는 걸 지워달라는데 이렇게까지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고?
고객센터 파트장이라는 사람과 통화를 해보았다. 신분증 사본을 받는 것은 자기네 회사 절차라 했다. 이용약관을 살펴보았으나 탈퇴 절차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당연히 신분증 이야기도 없다. 난 여태까지 살면서 사용해 본 모든 PC통신, 인터넷 서비스에서 해당 서비스에서 탈퇴할 때 신분증 사본을 보내라는 곳을 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께서는 보신적이 있으시냐고 물으니, 자기도 없단다. 주민번호 뒷번호를 가리고 내 사진을 보이게 보내면, 무엇을 확인하시고자 함이냐고 하니 자기네 절차가 그러하다는 말 말고는 대답을 못한다. 내가 요구사항대로 다시 신분증을 보내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회원 정보를 지울 수 없는 것이냐고 물으니, 고객님 건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했다.
이런 탈퇴절차는 회사의 필수 요구사항과 고객의 편의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프로세스일 것이다. 회원 탈퇴절차를 안만들거나 어렵게 만드는건 오래된 ‘전통’이라고 할지, 인터넷 서비스의 못된 기본기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알뜰폰 가입하고보니 앱이 없어서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홈페이지 접속해서 잔여 용량을 알아봐야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일단 앱이 있어야한다는 조건으로 업체를 물색했는데 이렇게 탈퇴 난이도가 높은 난관이 숨어있을 줄이야.
참 그렇다. 누누이 느끼는것이지만 그 수많은 최신 기술, 인간이 화성을 가네 마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네 마네 하는 시대에 아무리 최첨단 서비스를 만들어도 탈퇴메뉴만큼은 절대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서비스들. 정말 뿅망치로 한대씩 때려주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