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집 누수 사태때 누수 방지와 공사를 위해 수도 밸브를 잠근 일이 있었다. 그랬더니 분명 양변기 물통에 물이 꽉 찬 상태에서 수도 밸브를 잠궜는데, 몇시간 뒤 일을 본 후에 물을 내렸는데 손잡이는 힘없이 헐렁거리고 물이 안내려온다. 양변기 물통 뚜껑을 열어보니 물이 다 빠져있었다. 혹시 수도밸브 잠그기 전에 물을 내렸던 것을 깜빡했었을라나, 싶어 몇번 테스트 했는데 역시 물이 빠져나간다. 얼추 30분이면 5cm 정도 물 높이가 낮아지고 2시간이면 물이 다 빠져나갔다. 언제부터 이랬던거지? 수도 밸브를 다시 열어놓고 관찰해보니 쫄쫄거리며 물 흐르는 소리와 빠진 물을 채워넣는 쉬이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이걸 그동안 못듣고 있었는지 의아하다. 아마 물통의 물이 빠져나간다는 가정을 하지 못했길래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이거나 화장실 바로 옆에 있는 고양이를 위한 자동급수기의 물 순환하는 소리인줄 알았나보다.
동네 철물점에서 물이 들어오고 수위에 따라 자동으로 잠기는 필밸브를 사봤으나 여전히 물이 샜다. ‘필밸브 고장이 아닌개벼.’ 물 내려가는 구멍을 닫는 뚜껑이 잘 안닫히나 싶어 플러쉬밸브 구성품 중 마개만 주문했다. 플러쉬밸브 본체와 짝이 맞아야만 되는지 들어맞질 않았다. 작업하면서 만져보니 밸브의 고무 패킹도 검게 녹아나오고 안쪽에 실금같은게 보이길래 아예 필밸브, 플러쉬 밸브, 손잡이까지 셋트로 구입하기로 했다. 혹시나 변기 구조와 달라 맞지 않을 수 있으니 판매자가 요청하는대로 변기 내외부 사진을 찍고 주요 규격을 재서 문자로 문의했다. 판매자는 얼마후 전화를 걸어와 내가 보낸 양변기 사진을 기초로 하여 이런 저런 회신을 하면서 확인차 다른 부위의 규격도 재봐달라고 했다. 요청하는대로 회신했더니 다시 전화해와서 그 정도의 규격일때 생길 수 있는 문제와 해결방법도 같이 알려주었다.
배송 받아 장착을 했는데 가장 어려운 과정은 고압호스 연결하는 쪽에 작업 공간이 나오지 않아 애를 먹은 것. 또한 기존 플러쉬밸브 하단에 장착된 U자 모양 구조물인 나비너트의 체결을 풀 때, 볼트가 고정된 상태로 물속에 10년간 담겨있다보니 고착되어 잘 풀리지 않은 것과 반대로 새 나비너트를 끼워넣고 고정할 때는, 살짝 돌리면 고무패킹이 밀착이 안되니 물이 샐테고 너무 강하게 조이면 볼트가 도기를 파고들어가 파손시킬 위험이 있었다. 조심스러운 힘조절이 필요하다.
양변기에서 도기 빼고 모든 부품을 교체했고 하는 김에 구겨져있던 고압호스도 새로 갈았다. 전에 세면대 고압호스 교체할 때 써봤던, 기존 금속제 볼트 대신 아세탈PVC재질 볼트로 된 고압호스다. 손잡이 회전반경도 안나오는 좁은 틈에 몽키스패너 넣고 낑낑대는 것보다 손으로 돌려 조일 수 있는 플라스틱 볼트가 더 쉽고 단단히 조일 수 있었다. 공간이 충분하다면 공구를 사용하는 편이 더 강하게 조립할 수 있 완료하고 시험해보니 50초정도면 물이 다 채워졌고 물 새는 곳도 없었다.
이번에 교체하면서 겪어보니 앞으로 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동네 철물점에 갈 일이 있을까 싶다. 처음 필밸브를 샀던 철물점은 부품이 누락되어 다시 가서 받아왔고 나중에 장착해놓고 보니 불량품이었다. 두번째 철물점에서는 자신이 판매하는 밸브 셋트가 원피스용인지, 투피스용인지도 몰랐고 ‘이거면 다 맞지 않을까요?’ 랬다. 세번째 간 욕실,타일 매장에서는 공사문의가 아니라 부속 찾아온 손님임을 밝히는 순간 냉랭한 분위기로 급변했다. 부속도 없다 했고.
결국 양변기용 부속을 수만개 판매한 전문가의 정확하고 친절한 안내에 따라 양변기 누수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