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위치기반 중고품 거래서비스인 당근마켓에서 몇개의 물건을 팔면서 둘러보니, 몰라서일수도 있고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는 판매자들이 꽤 자주 보인다.
1. 제품 사이즈에 대한 설명 누락
운동화를 팔면서 발 크기를, 3단 서랍장을 팔면서 가로세로높이를, 멀티탭 팔면서 전선길이를, 냄비와 그릇팔면서 지름과 높이를 적지 않는 판매자들. 일단 모델명 적으시고 제품에 표시되었거나 직접 측정한 사이즈부터 적으시는 것이 중고판매의 기본.
2. 오프라인에서 눈탱이맞고 온라인에서 그 가격 받으려는 사람들
오프라인 매장에서 비싸게 구매한 물품을 중고앱으로 팔면서 원래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코자 하는 사람들. 온라인 11,000원짜리 허브를 동네 컴퓨터 가게에서 25,000원에 사서 23,000원에 내놓은 분은 양반. 1,800원짜리 핸드폰 충전기를 15,000원에 사서 12,000원에 내놓은 분. 중고거래 앱 사용하실 줄 알았으니 이제 구매도 온라인에서 가격비교 하고 사실 수 있길….
3. 미개봉이 아닌 미개봉품
꽤 많은 분들이 미개봉품이라고 하면서 사진찍기 위해서, 구성품 확인을 위해서 잠시 개봉했다고 한다. 그건 개봉품이다. 미개봉품은 제조사에서 부착한 포장 봉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의 제품을 일컫는다. 설령 개봉하였으나 미사용품이라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주장인데 개봉된 제품을 “미개봉”이라고 한다면, 까놓고 말해 한두번 끄적거리다가 다시 잘 포장해둔 제품과 같은 급이라고 봐야한다.
4. 유사과학, 다단계로 구입한 제품
과학적으로 증명되진 않았으나 이런 저런 효험이 있다면서 무슨 나노가 어쩌니 신이 내린 무슨 성분이니 하는 제품들을 버리긴 아깝고 쓰자니 효과없고 해서 나말고 다른 희생자를 찾기 위한 제품들.
5. 유명한거 아시죠? 대세인거 아시죠?
물품 설명에 뭐 요즘 TV에 나온 이후로 없어서 못산다는 그 제품이라느니 무슨무슨 모임에서 화제라는 그 제품이라느니, 요즘 난리난거 아시죠? 등등 저렴한 미사여구로 장식한 제품들. 자고로 제품이 변변치 않으면 포장이 화려한 법. 먼지 앉은 속옷 셋트 포장상자에 “백화점납품용” 이라는 금색 띠나 “홈쇼핑정품” 표시같은 느낌.
6. 다른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문구
미세한 흠집이 있으나 눈에 잘 띄지 않으니, 라든가 사용감 있으나 기능상 문제가 없으니, 라고 하면서 “그러니 까칠맘, 예민맘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라는 으름장. 제품에 이러이러한 면이 있으니 이점 미리 감안하시고 구매해주세요 라고만해도 충분하다. 타인을 잠재적 진상이거나 타인을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상자로 낙인찍는 자신이야말로 서로를 존중하는 의사소통에 기반한 건전한 거래보다는 흠있는 제품을 어떻게든 팔아치우려는 얄팍한 심산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