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10월 마지막날쯤이었을게다. 왼쪽 아랫눈꺼풀이 붉으스름해지더니 뻐근해졌다. 가끔씩 찾아오는 콩다래끼다. 월요일에 병원에 갔을때는 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닷새치 먹는 약과 연고, 물약을 처방받아왔다. 의사는 일주일동안 보면서 가라앉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다시 병원에 오라 하였다. 수요일~목요일 즈음에 살짝 가라앉는 느낌이 있었는데 웬걸, 토요일 오후부터 다시 커지기 시작하더니만 일요일 아침에는 녹두알만하게 뽈록하게 곪아 버렸다. 눈밑이다보니 불편함도 불편함이고 누굴 만나도 영 민망한데다가 상대방이 내 눈밑만 쳐다보는게 느껴진다.
주말을 지나고 월요일 날 병원에 갔더니 바늘로 두번 찌르고 짜준다. 다시 5일치 먹는 약을 지어줬고 이번에 안 나으면 다음에는 짜는게 아니라 (칼로) 째야 한단다. 그날 오후에 거울을 보니 제대로 안 짜진건지 다시 곪는 것인지 처음 부위의 귀퉁이가 자그맣고 노랗게 부풀어 보인다.
다음날 거울을 보니 어제 노란 부위가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어제 짠걸로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병원을 옮겨보기로 하고 처음 갔던 안과에서 머지 않은 곳에 있는 다른 안과를 찾아갔다. 건물은 낡았으나 내부 시설은 건물만큼 낡아보이진 않았다. 영감님 의사 한분, 나이드신 간호사 한분, 접수대 한분 이렇게 세분이 계시는 안과였다. 이러저러해서 언제부터 이렇게 됐고 어느 병원에 언제 갔고 들고간 약봉지를 보여드렸다. 의사샘은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지금 단계에서는 약을 먹는게 아니라 하였다. 연고와 물약도 넣지 말고 그대로 더 곪기를 기다려보고 그 날이 화요일이니 금요일 오후 늦게나 토요일 오전에 오라고 하였다. 그때 상태를 봐서 짜든가 째든가 보자고.
다음날부터 다래끼는 제대로 다시 곪기 시작했고 그 직전 주말처럼 녹두알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어제 오후, 눈을 껌뻑 하는 순간 뭔가 눈꺼풀쪽에서 차갑고 쒜한 느낌이 들었다. 얼른 거울을 보니 다래끼가 터져버린 것. 열흘 이상 지속된 다래끼로 피부가 약해져 있어서인지 눈 깜빡임에 터져버렸나보다. 빛의 속도로 화장실에 가서 비누로 손을 씻고 티슈를 꺼내어 짜기 시작했다. 손에 닿은 부분으로부터의 감염을 막기 위해 티슈를 뽑아 한두번씩 짜내고 버렸다. 눈꺼풀을 누르기도 하고 꼬집기도 하고 접기(…)도 하면서 이번에 끝장내겠다는 심정으로 충분히 짜 냈다. 다 짜내고 나니 다래끼는 짜부러 들었고 이후 20~30분 정도 간간히 남은 잔여물들이 흘러나오는 것만 닦아 냈다. 하루종일 얼굴에 손 대지 않기 위해 신경썼고 저녁 무렵에는 상처부위가 딱지처럼 굳기 시작했다. 세수도 그쪽은 물이 닿지 않게하느라 얼굴을 ㄴ 자 모양으로만 닦았다. 눈을 세게 꿈~뻑~ 하면 다래끼 있던 곳에서 살짝 쓰라림이 느껴졌다.
지금 만 하루가 지났고, 두번째 병원에서 오라고 했던 날이 오늘이지만 가지 않기로 하였다. 눈은 평상시처럼 편안해졌고 거울로 봐야지만 눈밑에 상처가 보일 뿐이다. 이정도 상처면 시간이 지나면 아물 것으로 보인다.
[업데이트]@11/14 23:00
혹시나 싶어 토요일 오전에 두번째 갔던 안과에 방문했다. 그저께 자연적으로 터져서 쥐어짠 이야기를 해드렸고 의사샘은 아래눈꺼풀을 뒤집어 눌러보신 후 남은 결절없게 다 잘 나왔다고 하셨다. 항생제 이틀치를 처방받았다.
[업데이트]@11/19 08:15
좁쌀만한 딱지가 덮여서 그냥 상처처럼 아물고 있었는데 어제 오후부터 살짝 볼록해지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 아내도 잘 아물고 있는지 보려고 한번 살펴보더니 갸우뚱한다. 자세히보니 딱지 옆에 약간 밝은색으로 뭔가 비치는 것같다. 느낌이 좋지 않아 저번에 첫번째 안과에서 처방받은 안약물약을 넣고 자기전에 안연고를 바르고 잤다. 아침에 보니 다행이 가라앉는 것 같아 일단 눈에 넣고 바르는 약 사용해보면서 지켜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