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폰 여정(?)상 예정에 없던 아이폰14프로를 구입했다. 쓰고 있던 12프로에 별 문제가 없었다면 15쯤에서 갈아탈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12프로에 문제가 생겨버렸고 순식간에 아예 못쓰게 되어 버렸다. 갑자기 발열 현상이 일어나면서 배터리가 빠르게 소진되고 폰이 너무 뜨거우니 사용할 수 없다는 메세지가 나왔다.
리부팅을 해도 마찬가지, 공장 초기화 후 아이클라우드 복원을 해도 마찬가지, 다시 완전 공장초기화만 진행해도 동일 증상이었다. 충전기를 연결해도 과열, 연결해제해도 과열, 배터리는 10분에 10%이상 빠져나갔다.
냉동실에 있던 아이스팩 위에 올려두고 충전하니 그나마 발열이 잡히고 충전이 가능했다. 이렇게 80%까지 충전해놓고 어차피 켜두면 계속 발열로 배터리가 소진될테니 전원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머리맡 폰을 만져보니 뜨끈뜨끈. 전원을 꺼놓은 상태에서도 계속 열이 나고 있었다. 예상대로 아침에 일어나보니 배터리 소진으로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충전 시작하니 또 발열 시작. 도저히 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아내가 올 초부터 지금 쓰고 있는 맥북을 교체하라며 그간 모아둔 상품권 뭉치(…)를 내밀었는데 아직 더 쓸만하다고 사양했던 일이 있었다. 폰에 생긴 문제를 지켜본 아내는 다시 비자금을 내밀었고, 못이기는 척 받아 연휴 첫날 리테일 매장에서 아이폰 14프로를 구매했다.
조건없는 반품이 되는 공홈 구입이 아니므로 일단 포장 개봉 후 문제점은 AS센터에서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과 위험부담이 있었으나 다행이 문제없는 제품을 받았다. 자잘한 코스메틱 이슈도 없는 양품이다.
기존 폰은 배터리 소진 상태로 보관해오다 설 연휴 끝나고 AS센터에 가져갔다. 수리기사가 전원 연결하자마자 또 발열 시작. 기사는 발열 부위를 짚어보더니 보드쪽이라며 내부에서 합선 등의 문제로 추정된단다. 전면 디스플레이와 후면 카메라를 제외하고 보드 등을 통째로 교체해야하고 비용은 60만원대 중반이라 하였다. 전체 리퍼할 경우는 80여만원. 그러나 요즘 리퍼 후 미사용 상태로 중고시장에 판매할 경우 70만원 선이라 수리하는 의미가 없었다. 부품 교체든 리퍼든 포기.
수리기사에게 물어보니 애플케어플러스를 가입한 상태라면 리퍼가 무료란다. 공교롭게도 케어플러스를 가입하지 않았던 폰인데, 가입했다 하더라도 보증기간이 한달 정도 지났을 시점이었다. 케어를 가입했으면 더 억울했을려나.
이제 기존 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새 폰의 케어플러스를 가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고민이 남았다. 실 사용자가 아닌,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를 비롯한 부품을 찾는 사람에게 팔 것인가 그냥 폐기해버릴것인가. 또 비록 이번에는 케어플러스 혜택을 못받았지만 떨어뜨리거나 침수 등 내 실수가 아닌 이런 황당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래도 케어플러스를 드는게 나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