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 처음 들어가면 나를 초대한 사람만 내가 팔로우하게 되어 있고 나를 팔로우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명인들 보면 몇백명~몇천명씩 팔로워가 있고 엘론머스크는 200만명 가까운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팔로우 할만한 사람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유명인을 내가 찾아서 팔로우하면 되니 팔로우할 대상을 늘리는건 그나마 쉽습니다. 나를 팔로우할 사람을 늘리는게 어렵죠. 원래부터 유명했던 사람이었거나 또는 말을 아주 잘한다거나 핵인싸여서 방을 재미있게 이끈다거나하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이 팔로워를 늘리는건 어려운 일입니다. 마치 유튜브에서 구독자를 늘리고 블로그에서 이웃을 늘리고 페북에서 친구를 늘리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이렇게 나를 구독, 나를 팔로우하게 만들기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쉽게 팔로워를 늘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방 목록에 뜨는 이른바 맞팔방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수백명씩 들어가 있는 이 방에 들어가서 차례차례 팔로우해주면 그 사람들도 나를 팔로우해주겠지? 그러면 나는 수백명의 팔로워가 금방 생길거야…하는 유혹에 빠지기 쉬울텐데요.
이 맞팔방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나에게 관심없는 팔로워, 내가 관심없는 팔로우가 무슨 소용일까요?
클럽하우스의 프로필(bio)에 쓰는 모든 정보는 검색이 됩니다. 자신의 관심사, 직업, 지역, 취미 등을 적어두면 누군가 검색했을 때 나옵니다. 이 사람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네? 서비스 기획자네? 내가 아는 회사에 다니네? 영화광이군? 종교가 나랑 같네. 이렇게 프로필로 공통점을 찾아 이런 사람들을 팔로우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내가 팔로우하게되면 상대방에게도 알림이 가게되고 그 사람도 나의 프로필을 보고 팔로우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팔로워가 되면 누군가가 방을 만들거나 방에 들어갔을 때 알 수 있고 누군가가 그 방에 들어갔다면 참여자들 역시 비슷한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서 또 팔로우할 사람을 찾을 수 있겠고요. 이렇게 해야 내가 관심있는 사람들과 점점 팔로우 관계가 맺어지고 내가 클럽하우스에서 방을 만들거나, 참여하거나, 말을 할 때 내게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무조건 팔로우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게되면 나도 팔로워 숫자는 늘 수 있을지언정 그 사람은 나에게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서로간에 팔로우 숫자 +1의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내가 팔로우 했다는 이유로 모르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내 관심사와 관계없는 재미없는 방에 들어가시겠습니까. 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들이 나를 팔로우했다고 해서 내가 방을 열었을 때 와서 경청하고 대화하고 호응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무의미한 숫자 늘리기로 내가 SNS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내가 뭘 잘했거나 공감을 얻어서 나를 팔로우한게 아니라 서로 짜고쳐서 올린 팔로워 숫자로 뭔가를 으쓱한다는건 사실 부족한 자존감의 인정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으쓱하는건 그렇다쳐도 더 큰 문제는 아래 항목에서 발생합니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방 목록이 엉망이 됩니다.
클럽하우스의 방 목록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나옵니다. 처음 가입해서는 몇개 안나오고 영어로 된 방만 나오기도 하죠. 그런데 점점 팔로우를 하고 이방 저방 다니다보면 방 갯수도 많이 보이고 재미있음직한 주제의 방도 눈에 띕니다. 클럽하우스는 방 목록을 여러가지 조건들로 큐레이션해서 보여준다고 하는데요. 내가 누군가의 프로필을 보고 관심사가 같아 팔로우 했다면 그 사람이 들어간 방이나 만든 방이 내 방목록에 뜰 수 있습니다. 프로필에 있는 종 모양 아이콘에서 그 빈도를 정할 수 있죠. 같은 원리로 내가 팔로우 숫자를 늘리기 위해 맞팔한 사람이 참여하고 있는 방 역시 내 방목록에 뜰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선택해서 팔로우한게 아니라 맞팔방 윗쪽에 있는 사람들부터 차례대로 팔로우한 것이므로 관심사와는 상관없이 팔로우한 것입니다. 이 말은 곧, 내 관심사와는 상관없는 온갖 방들이 다 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온라인 신문을 볼 때 어느 신문사 또는 어느 섹션 또는 어느 키워드를 지정해서 구독할 수 있는 것과, 신문구독서비스라고 신청해봤더니 전국 모든 신문, 마을 신문, 대학신문, 학급신문, 협회신문, 종교단체 신문이 랜덤하게 내 메일함에 밀려들어오는 것의 차이와도 비슷합니다. 남들은 클럽하우스가 그렇게 재미있다는데 나는 나와 아무 상관없는 방만 자꾸 나옵니다. 유명해지고 인기있고 싶어서 한 일이 결국엔 재미없고 관심없는 대화방만 불러들인 셈이 되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하는 사람은 맞팔방에 있지 않습니다.
맞팔방에 있는 임의의 사람들을 팔로우한다면 그 사람들로부터 유익한 대화방의 목록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맞팔방이란, 팔로워가 많은 사람은 들어갈 필요가 없는 방이고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를 이끄는 사람을 많이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도, 그 사람들의 대화방에 들어가서 즐거운 대화를 듣거나 참여하지 굳이 말없는 맞팔방에 대기하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컨텐츠가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대화를 이끄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을 많이 팔로우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맞팔방에서 누가 나를 팔로우해주겠지…하고 쭈그려 앉아있지 않습니다. 그 방에 들어가지 마시고 들어가 있으시다면 그 방에서 나오세요. 맞팔방은 자신의 SNS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발전적으로 도모하는게 아니라 불필요한 곳에 시간을 소진해서 더욱 안좋은 경험 속으로 빠뜨립니다.
누군가는 맞팔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맞팔방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방에 드나들면서 팔로우를 하고 팔로우를 기대합니다. 이것은 곧 맞팔방 개설자와 모더레이터는 꾸준히 방을 지키기만 하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로부터 팔로윙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른바 소셜 마케팅이란걸 하는 업자들을 보면 잘 침투해둔 카페 아이디가 있다거나 잘 키운 블로그 아이디가 있다거나 팔로워가 많은 인스타 아이디가 있다거나 하며 홍보에 대한 가격을 책정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팔로워수가 마케팅 단가측정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가 그러하듯이 앞광고니 뒷광고니 툭툭 던지거나 노골적으로 추천하는 멘트를 할 수 있겠죠. 내 팔로워 숫자를 늘리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방은 정작 그런 업자들의 팔로워 숫자를 늘리는데 가장 도움을 주는 방입니다. 마치 다단계에서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을 생각하시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전화번호 기반이어서 가상의 팬이나 팔로워를 생산하기는 쉽지 않으니 이런 맞팔방을 통한 마케팅용 계정 성장전략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입니다.
맞팔방은 계속 신고되고 있습니다.
맞팔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맞팔방 신고하는 방법 알려주는 방도 있습니다.
wha_tzeop님이 작성하신 문서에 의하면 클럽하우스는 맞팔방을 진정성있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고 이 행위에 대한 불이익과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맞팔방에 참여하거나 기여(개설,모더레이터)하는 행위는 클럽하우스에서 계정이 중단되거나 쫓겨날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는 행위입니다.
어제 맞팔신고방에서 들은바에 의하면 맞팔방에서 몇시간씩 있으면서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팔로윙 받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이렇게 생긴 팔로워도 그 팔로워 자신의 팔로워 숫자가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하면 불필요한 팔로윙-예를 들면 맞팔방에서 맞팔한 사람-들을 삭제한답니다. 즉 맞팔방에 들어가서 몇명의 팔로워숫자가 늘릴 수는 있지만 컨텐츠나 신뢰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므로 빠르게 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이죠.
글을 보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음성대화가 유일한 컨텐츠인 SNS의 창을 열어놓고 몇시간씩 화면을 주시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이야 방안에 있는 사람들을 팔로우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받은만큼의 팔로우를 되돌려주지 않을테고요. 결국 위에서 말한것처럼 이미 방안에 있거나, 방을 개설한 사람에게 팔로워숫자를 늘려주는 방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