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차에 시동을 거니 블박이 주차모드에서 빠져나오며 밤새 주차충격이 있었다는 메세지가 나왔다. 대개는 디젤차량이나 오토바이가 가까이 지나갈 때 엔진 소음을 충격으로 감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확인차 영상을 살펴보았다. 불행이도 어제 밤 9시 40분경 후진 주차를 위해 T자형으로 후진하다가 내 차 조수석쪽 범퍼를 긁고 주차하는 차량확인. 자주 보던 차량이다. 차량 흔들리는 것도 해당 차량의 번호판도 모두 명확하게 확인이 됐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차량번호를 대니 입주민은 맞으나 연락처가 없다고 한다. 도리없이 112에 전화하여 경찰관 출동 요청. 잠시 후 도착한 경찰관에게 블박 영상과 번호판 확대 화면 제공하였고 경찰관이 해당 차주와 통화를 한 후 가해차량 차주의 전화번호를 내게 알려주었다. 긁힌 곳을 찍고 내 인적 사항을 받아갔다. 물피도주로 신고하면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하고 신고 의향을 물어왔다. 같은 아파트 (심지어 같은 라인) 주민인데 그렇게 하긴 뭐하고 수리만 제대로 된다면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행여나 다른 소리하면 그때 신고해도 되냐고 하니 그렇다고 하였다. 일단 경찰은 돌아가고.
차주와 통화를 하니, 운전한 사람은 자신의 형이라 하였다. 죄송하다며 현금으로 처리를 원하니 견적을 받아달라고 하였다. 견적은 센터 입고 후 점검받아야 가능한지라 고속도로 50킬로를 달려갔다 오기엔 수리에 대한 확약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선 보험처리하고 보험사에 처리비용을 입금하면 보험금 지불기록이 사라지니 그 방법이 어떠냐고 의견을 냈고 가해자쪽에서는 보험사와 통화해보고 연락주겠다 하였다. 수리비가 10만원 20만원이면 현금처리가 나을 수도 있겠으나 그 금액은 훌쩍 뛰어 넘을 것이 명확한데 왜 현금처리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상대차량 보험사에서 보험접수가 됐다는 문자를 받았고 바로 센터에 입고하였다. 중간에 가해차주와 다시 통화하면서 ‘차 부딪히신거 모르셨나봐요’ 하고 운을 떼니 ‘형이 뭔가 닿긴 닿은거 같았는데 밤이라 어두워서 그냥 올라갔다’고 했다. 아니, 느낌이 이상했으면 쪽지라도 남겨놓던가 아니면 아침에 다시 확인하던가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센터에 차량 입고하고 대차 렌트를 받기로 하였다. 어차피 차를 써야하기도 했고 작년 후방추돌 사고와는 다르게 이번 건은 물피도주인데다가 사고 운전자로부터는 아무 사과도, 연락도 없는 중이다. 센터에 문의해보니 어차피 200만원 한도 안이라 렌트를 하건 안하건 가해차량 보험할증,할인 기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다. 가능한 수리비 총액을 줄여주고자 하는 호의를 베풀 이유가 별로 없었다.
센터에서 두어군데 렌트카 회사에 연락을 해 주었고 게중 마음에 드는 차종으로 대차를 받아왔다.
빠르면 3일차인 금요일, 늦으면 월요일에 수리가 끝날 것이라 하였다.
추측이긴 하지만 사고 당시 바로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내게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가 어쩌면 음주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연락을 하고 내가 주차장 내려와서 이야기 나누다보면 술냄새 날테니 말이다. 얼른 모른척 하고 집으로 올라갔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출차했을 수 있겠다. 다음날 아침 내가 사고 여부를 못 알아차리면 최고의 상황(?)인 것이고 안다 하더라도 지난밤 자신의 음주는 걸리지 않을테니 말이다. 상상이긴 하지만 몇몇 지인들에게 시나리오를 읊어주니 무릎치며 엄지척!